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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내공을 빨리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1-03-31 ㅣ 운영자

2005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제가 몸담고 있었던 회사에 도요타의 혁신을 배우자는 바람이 일었습니다. 도요타 경영방식 관련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연과 세미나를 열었고 관련 도서를 전 직원들에게 읽게 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 곱씹고 조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얘기하는 토론회도 팀별로 갖도록 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팀도 관련한 독서토론을 진행해야 했는데 그 당시 팀장님이 팀의 막내인 저에게 그 모임을 준비해서 진행하라는 겁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을 수십차례 머리에 그려보면서 미팅을 준비했습니다. 독서토론에서 어떤 얘기가 나눠져야 하는지, 그런한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 어떤 질문을 준비해야 하는지,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과 툴을 활용할 것인지 수차례 시뮬레이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했던 첫번째 토론회였습니다. 저에게 이 독서토론을 진행해 보라고 얘기했던 팀장님, 그리고 함께 참여했던 팀원들은 이때의 모임이 기억에서 희미해졌을지 모르지만 제 기억 안에는 그 때 진행했던 모임의 분위기, 미팅 진행 프로세스가 하나하나 명확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은 이후 제가 그 기업 안에서 지식경영, 학습조직 담당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D사는 지식경영, 학습조직 업무를 본부별 특성에 맞춰 추진하고 있었고 본부별로 담당자가 정해져 있었으며, 저는 전사의 방향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4개 본부 담당자 분들이 저보다 직급도, 경험도 많은 선배들이었다는 겁니다. 이분들과 지식경영, 학습조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본부별로 도출되는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이슈였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첫번째 퍼실리테이션 경험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자신감으로 작용했습니다. 당시 각 본부 지식경영, 학습조직 업무 담당자였던 선배들과 회식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분들 중 한명이 저에게 ‘박대리가 진행하는 회의에 오면 항상 즐겁게 얘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회의 진행 잘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해 줬습니다. 퍼실리테이터로 살고자 했던 제 삶의 방향성에 확신을 갖게 해 주는 피드백이었습니다.

‘퍼실리테이션 내공을 빨리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액션러닝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로서 다양한 상황을 접해보고 그 상황에 맞는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해보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면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새롭게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과정이 성장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나에게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순간이 왔을때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라고 말입니다. NO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딪쳐 가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을 경험하기 위한 저 나름대로의 프로세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Sensing /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순간 파악

퍼실리테이션을 배웠다는 이유 만으로 그 누군가가 나에게 워크숍을 의뢰하지도 않고,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해서 회의 진행을 맡기지도 않습니다. ‘기회만 오면 나는 잘 할 수 있어’ 하고 있다가는 기다림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순간이 보입니다.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 보여서 함께 대화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OOO 임원에게 보고를 하러 들어가야 합니다. 어떻게 보고의 프로세스를 이끌어 갈지 고민하는 것도 퍼실리테이션입니다. 아내에게 한달 용돈을 올려달라 얘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매주 진행하는 회의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그 역시 훌륭한 기회입니다. 넓게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Targeting / 퍼실리테이션 주제 선정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해 볼 상황과 주제를 정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주제를 정하지 말고 가벼운 주제로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월요일 오전 회의 시작 전에 주말 있었던 얘기를 통해서 회의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면 그 주제에 몰입하면 됩니다.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할 주제는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나정도로 시작해서 하루에 하나로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퍼실리테이션을 고민했는지 메모를 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쌓이면 내공이 됩니다.


Applying / 퍼실리테이션 계획 및 실행

퍼실리테이션 주제가 정해졌다면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해서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를 설계합니다. 퍼실리테이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상의 특성과 심리상태를 분석하며 퍼실리테이션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며 미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준비사항을 확인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5P(Purpose, People, Product, Process, Place) 방식으로 미팅을 준비하는 겁니다. 치열한 준비 후에는 퍼실리테이션 상황을 즐기면서 계획한 것들을 실행해 갑니다.


Reflecting / 퍼실리테이션 성찰 및 회고

퍼실리테이션 준비 및 실행 과정을 돌아봅니다. 성공이어도 실패여도 좋습니다. 그 안에서 배움이 있으면 됩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겁니다. 이상적인 미팅의 모습을 결전시화로 말씀 드렸습니다. 결론이 만들어져야 하고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만 하며 시간안에 미팅이 종료되어야 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야 합니다. 그 관점에서 어떤 부분이 잘 되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었는지 돌아봅니다. 다음 번에 내가 퍼실리테이터로 다시 미팅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4가지 프로세스를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렇다면 분명 별(STAR)처럼 빛나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별처럼 빛난다는 의미는 외부에서 인정받는 퍼실리테이터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바라봤을 때 느끼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자존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이었을 때 아빠의 장점이 무엇인지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빠는 자기의 의견을 수용적으로 들어줘서 좋답니다. 제가 퍼실리테이터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노력하니까 어느 순간 작은 아이에게 별(STAR)이 되어 있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을 통해서 지금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계기를 발견했으면 합니다.